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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것을 부수고 새것을 만든다. 몇 년 동안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이사를 했다. 주거지역이 밀집해 있는 도시에서 선택 가능한 영역과 선택할 수 없는 영역이 인식되었고, 개인의 주거권이 경제능력에 의해 상실되며 사회적 고립감을 느꼈다. 이사한 동네에서 수많은 헌 주택을 부수고 다세대주택을 짓거나 원룸건물을 짓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도시는 아직 개발할 곳이 많았다. 집은 빠르게 층을 올려가며 공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곧, 새집이라는 이름으로 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2011. 4)

 

‘완성’이란 말은 인류만이 사용하는 언어가 아닐까? 인류는 국가와 사회를 이루어 도시를 구성하며 만들고 부수고 개발하고 관리하는 존재들이 되었고, 그 역할을 특정계층이 담당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도시계획 및 관리영역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지만, 인간생활의 기본요소라고 말하는 주거권리 조차 정리되지 않은 주거문화의 룰과 변종을 일삼는 구조에서 어떤 결과도 모른 채 흘러가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주거문화는 언제 어떻게 완성될까? 도시에서 생존하는 모두는 한가지 완성형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닐 것 이다. 주거권의 욕망과 난개발에 둘러진 집. 도시의 문제와 개인의 고민. 주거에 대한 욕망. 그럼에도 오늘 우리는 잠을 자야한다. (2011.6)

 

‘사람이 집이 될 수 있을까? 가족이, 도시가, 국가가, 그저 공기가 집이 될 수 있을까?’ 모두가 잠든 새벽. 공사현장도 어둠에 잠겨 잠시 쉬고 있었다. 나는 잠에 들지 못했다. 현장을 찾아가 살펴보았다. 그리고 주거를 욕망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과밀화된 도시의 상승하는 집세를 감당하기 위해 옮겨 다니는 사람, 이사를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는 사람, 도시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 가족을 떠나 홀로 살아가게 될 지방 출신자, 집에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사람 등을 초대해서 새집이 완공되기 전에 각자의 공간에서 잠을 자려한다. 새집에서 자는 기분은 어떨까? (2011.7)

 

계획 혹은 숙제. 그들은 어쩌면 새집에서 밤에 모여 밥이나 야식을 먹거나, 뉴스를 보거나, 떠들다가 샤워를 하고, 취침을 할 것이다. 해가 뜨기 전 일어나 새집에서의 흔적을 치우고 떠난다. 준비물은 뉴홈에서 시간을 보낼 물건들 (예:세면도구, 생활도구, 베개 및 잠옷과 간단한 음식).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준비해 와도 좋다. 돗자리는 준비된다. 그리고 떠나며 자리는 옮겨진다. (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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